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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회 - 가능한 사랑, 카메라 앞에서 상처를 말한다는 것
2026/10/08
모든 사람들은 같은 하늘 아래 떠오른 달을 바라볼 수 있습니다. 다만 누군가는 카메라를 들고 상대방의 고통을 녹화할 권리를 지닌 듯 행동하고, 다른 누군가는 자신의 고통을 카메라 앞에서 진실되게 고백하기 전까지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시선의 권력을 가지고 있는 예지, 차원이 다른 부를 누리고 있는 상우 앞에서 미옥과 석호는 맨몸으로 온몸으로 고통을 토해낸 후에 비로소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요? 하지만 이창동 감독의 카메라는 내가 찍은 달을 상대방과 공유하고 싶은 작고 소박하지만 따뜻한 마음에 머무릅니다.
118회 - 로버트 패틴슨의 예술적인 얼굴들 (더 드라마, 라이트하우스, 굿타임)
2026/10/02
'트와일라잇', '해리포터' 등 사랑 받는 시리즈에서 창백한 얼굴을 했던 배우 로버트 패틴슨의 얼굴은 시간이 지날수록 주름이 파이고 그늘이 드리웁니다. 하지만 그가 표현할 수 있는 인물의 폭은 훨씬 깊고 넓어졌습니다. 예민하고 날이 선 눈빛으로 그는 갈망합니다. 내 애인과의 평범한 결혼 생활을(더 드라마), 찬란한 빛을 내뿜는 등대를(라이트하우스), 그리고 동생과 함께 할 평화롭고 행복한 시간들을(굿타임). 그의 얼굴에 상처가 선명해질수록 흥미로워지는 영화들을 소개합니다.
117회 - 담요를 입은 사람, 촛불 하나면 어디든 누울 수 있으니
2026/09/24
고프로 하나 몸에 달고 정미는 일 년 동안 소비를 전혀 하지 않고 살아가는 여정을 시작합니다. 하루하루 살아가면서 쉬는 숨 조차 돈으로 환산이 되는 듯한 세상에서 정미는 가장 먼저 자신이 살고 있던 집을 포기합니다. 자전거 한 대를 시작으로 영국부터 이란까지 가는 길은 하나의 직선이 아닌 수많은 곡선이었습니다. 먼 길을 걷는 동안 스스로 끊임없이 의심하면서도 발걸음을 멈추지 않는 정미는 어쩌면 집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그의 영혼을 위로하는 작은 불꽃은 정미를, 그리고 '담요를 입은 사람'을 닮았습니다.
116회 - 옵세션, 정확하지 않은 사랑의 실험
2026/09/17
사랑한다는 이유로 벌어지는 수많은 폭력과 범죄로부터 우리는 과연 안전할 수 있을까요? 사랑하는 사람은 단언합니다, 상대방의 사랑을 바라는 소원은 반드시 안전하고 평온할 거라고. 하지만 누구보다도 더 나를 사랑해달라는(more than anyone) 소원은 정확하지 않았고, 상대방의 마음을 조작한 결과는 해피 엔딩이 될 수 없습니다. 커리 바커의 영화 '옵세션'은 "당신의 눈동자에 건배를" 하면서 시작했던 로맨스 영화의 역사를 뒤집고 호러 영화의 새로운 시대를 열었습니다.
115회 - 사랑의 지각변동 (고양이를 놓아줘, 오크 스트리트의 마지막 날, 트루먼의 사랑)
2026/09/10
지축이 흔들립니다. 그로 인해 사랑했던 연인과 다시 마주치고(고양이를 놓아줘), 소원했던 가족과 마침내 화해하고(오크 스트리트의 마지막 날), 운명의 상대와 도망칠 준비를 합니다(트루먼의 사랑). 공교롭게도 같은 날 개봉한 세 편의 영화를 보고 극장에서 나온 뒤에는 자꾸 예전의 나는 어땠는지 되돌아보게 만듭니다. 과거의 연인을, 떠나간 가족을, 그리고 극장 밖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을 새로운 사랑을 지축을 뒤흔들어서라도 붙잡고 싶었던, 일종의 고백 같은 영화들을 소개합니다.
114회 - 빛나는 TV를 보았다, TV에 비친 내 모습 그려 가리
2026/09/03
유재하의 노래 '내 마음에 비친 내 모습'은 이렇게 시작됩니다. "붙들 수 없는 꿈의 조각들은 하나 둘 사라져 가고" 드라마가 방영되었던 TV 화면에 자신을 비추어 보았던 오웬은 끝내 멀쩡한 세계를 망친 존재로 스스로를 평가하고 자책하고 비하합니다. '빛나는 TV를 보았다'는 자신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세계에서 기댈 곳이라고는 TV 밖에 없었던 사람들을 거울처럼 비춥니다. 프라이드(pride) 혹은 임파워링(empowering) 대신 재현 자체에 집중한, 그야말로 TV와 닮은 영화.
113회 - 오디세이, 그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2026/08/23
[제철영화] *스포일러 포함 / 타국의 왕자가 헬레나를 납치해서 시작된 트로이 전쟁은 10년이 넘도록 계속되었습니다. 오디세이는 기지를 발휘하여 자신을 포함한 장군과 병사를 숨길 트로이 목마를 떠올렸고, 트로이에 바치는 제물이라는 명목을 위해 같은 병사 시몬까지 속입니다. 오디세이의 기지는 승전가로 오디세이를 기다리는 페넬로페와 텔레마코스의 귀로 들리지만, 오디세이는 도착하지 않았습니다.
*본 방송은 TBS FM와 퍼스널필름이 함께 만들어갑니다.
112회 - 장화, 홍련, 돌이킬 수 없는 걸음
2026/08/09
[최애영화] *스포일러 포함 / 악몽은 과연 악몽보다 더 끔찍한 현실의 위안이 될 수 있을까요? 그렇게 꿈으로 도망치지 않으면 버틸 수 없을 정도로 세계는 잔혹합니다. 매일 꿈을 꿀 것이라는, 그리고 같은 꿈을 꿀 것이라고 보장할 수 없습니다. 수미(임수정)은 수연(문근영)과 함께 낯선 집에 도착합니다. 아빠 그리고 새엄마와 함께 살게 될 이곳에서는 악몽을 꾸지 않을 수 있을까요? 돌이킬 수 없는 걸음은 집안을 향합니다.
111회 - 나만의 컬트 영화 (릴리 슈슈의 모든 것, 블레이드 러너, 판의 미로)
2026/08/02
[테마영화] *스포일러 포함 / 한 편의 영화가 삶을 뒤흔들 수 있을까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지만 오직 그 영화를 통해서만 들어갈 수 있는 세계를 보여줘야 합니다. 세상의 전부였던 가수에 대한 애정을 평화(에테르)를 주지 않는 세상에 대한 배신감 모두 쏟아내고, 인간과 복제 인간을 구분할 수 없는 세계에 구원과 사랑을 함께 쫓을 존재를 찾고, 폭력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지하 세계로 모험을 떠나는 그곳으로 우리는 제 발로 몇 번이고 걸어갑니다.
110회 - 호프, 해석 대신 해명이 필요한 세계
2026/07/26
[제철영화] *스포일러 포함 / DMZ 인근 지역으로 설정된 호포리는 사실 전라남도 해남에 있고, 인근 산은 사실 국경을 넘은 루마니아에서 촬영했습니다. 이정도의 거짓말은 허용 가능하지만, 영화 '호프'는 어쩌면 지구에서 벌어지는 일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끝도 없이 질주하는 쾌감과 허무가 공존하는 이 세계에서 희망은 과연 어디에 있을까요? 어떤 이는 놀이기구를 닮은 매혹적인 세계를 탐닉하지만, 누군가는 이 영화로부터 도망치기 바쁩니다.
*본 방송은 TBS FM와 퍼스널필름이 함께 만들어갑니다.
109회 - 2026년 상반기 결산 특집 (남태령, 백룸, 이반리 장만옥, 당신이 영화를 그만두면 안 되는 30가지 이유)
2026/07/12
[테마영화] 영화라는 예술은 점점 저물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 그리고 그들이 만든 영화를 찾는 관객들은 극장에서 무엇을 보고 싶은 걸까요? 우리는 영화의 죽음마저 영화로 보고 싶은 지독한 사람들이고, 영화가 존재만으로 나에게 위로를 주었던 시간을 기억하는 그리운 사람들일지도 모릅니다.
108회 - 소리없이 나빌레라, 제 음악이 들리시나요? (현진식 감독·고아라 무용가 인터뷰)
2026/06/28
[영화대담] *스포일러 포함 / 세상의 소음을 차단하기 위해 노이즈 캔슬링을 키면서 사람들은 기계의 도움을 받습니다. 고아라 무용가는 세상의 소리를 더 잘 듣기 위해 기계의 도움을 받습니다. 하지만 어릴적 놀림을 받은 이후 음악과는 거리를 두고 살아왔습니다. 아들 태오가 태어난 이후 자장가를 부르고 만들기 시작한 고아라는 붐마이크를 들고 구체음에 귀를 기울입니다. ‘소리없이 나빌레라’의 음악은 하나의 본질(모노)로도, 양쪽의 구분(스테레오)로도 규정할 수 없습니다. 물방울이 떨어지는 소리에 맞춰 즉흥적으로 춤을 추는 자유로움을 당신도 ‘들을 수’ 있기를. 우리는 현진식 감독님과 고아라 무용가를 만났습니다.
*본 방송은 TBS FM와 퍼스널필름이 함께 만들어갑니다.
107회 - 군체, 기꺼이 감염되고 싶은 바이러스
2026/06/14
[제철영화] *스포일러 포함 / 연상호 감독의 '군체'는 서열철의 의미심장한 말로 시작합니다. 모두를 감염시킬 준비를 마친 서영철은, 혹은 연상호 감독은 전화를 끊습니다. 눈 앞에 있는 인간을 따라하고 사고를 공유하는 새로운 종(種)의 탄생 앞에서 우리는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요? AI는 이렇게 대답합니다: 낯선 닮음 앞에서 두려워하거나 지배하려 하기보다 그것이 우리 자신에 대해 무엇을 드러내는지 조심스럽게 물어야 할 것입니다.
*본 방송은 TBS FM와 퍼스널필름이 함께 만들어갑니다.
*본 에피소드 설명문은 Claude의 도움을 받아 작성하였습니다.
106회 - 코고나다 감독 특집 (콜럼버스, 애프터 양, 빅 볼드 뷰티풀)
2026/05/31
[테마영화] *스포일러 포함 / "영화의 힘은 그 일시성에 있다." '당신이 믿는 영화의 힘은 무엇입니까?'에 대한 코고나다 감독의 대답은 우리가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이유를 대신 설명합니다. 그의 영화 속 주인공들은 이별을 겪으면서 한 단계 성장합니다. 성장이란 무엇일까요? 어디로 나를 데려갈지 모르는 문을 열고(빅 볼드 뷰티풀), 고장난 안드로이드의 메모리 뱅크를 보고(애프터 양), 처음 만난 사람에게 내가 이 건물을 좋아하는 진짜 이유를 말하는(콜럼버스) 순간을 의미합니다.
105회 - 떠나는 사람은 꽃을 산다, 수하물 23kg의 삶
2026/05/24
[목격담(談)] 베를린에서 살고 있는 은하는 한국에서 떠날 때 수하물 23kg 안에 생활에 필요한 모든 짐을 담아왔고, 23kg로 돌아오기 위해 두고 갈 물건들을 골라내는 중입니다. 여행이 아닌 생활을 위해 찾은 장소는 나의 편이 아니고, 익숙한 언어와 알림음은 내 출신을 밝히는 족쇄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실은 어디에서도 제대로 소속되지 못하고 있는 건 아닐까요? 그리움을 연습하는 마음으로, 그래도 삶은 계속된다는 확신으로 남소현 감독의 ‘떠나는 사람은 꽃을 산다’를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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