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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래 편집장의 '아침마다 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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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s podcast has
516 episodes
Language
Korean
Publisher
김형래
Explicit
No
Date created
2025/06/21
Latest episode
2026/10/21
Average duration
21 min.
Release period
1 days

Description

인생의 굴곡을 겪으며 깨달은 교훈, 나이 들어 알게 된 진실, 그리고 오늘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마음의 힘까지—짧지만 깊이 있는 메시지로 하루의 방향을 잡아드립니다. 시니어뿐 아니라 누구에게나 울림이 있는 아침 인사. 커피 한 잔과 함께 듣는 ‘아침마다 지혜’로 오늘도 마음을 단단히, 부드럽게 채워보세요. 37년간의 1막을 이겨내고 인터넷 신문사 편집장으로 2막을 펼쳐가고 있는 김형래 편집장이 매일 아침을 열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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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마다 지혜 #515] 테슬라는 이겼으나 스웨덴 모델은 무너지지 않았습니다
2026/10/21
노사 자율과 기술 친화, 시니어 세대가 눈여겨볼 북유럽의 해법 세상의 이목을 끌던 사건도 결말은 쉽게 잊히곤 합니다. 그러나 이야기가 어떻게 끝났는지 살피는 일은 시작을 아는 것만큼 값진 공부입니다. 3년 가까이 이어진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와 스웨덴 노동조합 운동의 대결이 그러한 사례입니다. 사건은 2023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스웨덴의 테슬라 정비 노동자들은 회사가 금속 산업 노동자 중심의 산별노조인 IF 메탈(IF Metall)과의 단체협약 체결을 거부하자 파업에 들어갔습니다. 다른 노조들도 동조 파업에 나서 우편 배달과 쓰레기 수거, 항만에서의 차량 하역까지 멈춰 섰습니다. 머스크 최고경영자는 이를 두고 '미친 짓'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양측이 물러설 수 없었던 이유는 분명했습니다. 테슬라는 전 세계 어느 사업장에서도 노조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기존 방침을 지키려 했습니다. 스웨덴 노조는 정부가 법으로 정하기보다 노사가 스스로 협상해 규칙을 만드는 자국의 노동시장 모델이 흔들리는 것을 용납할 수 없었습니다. 결과는 노조의 패배였습니다. 올여름 IF 메탈은 파업 1,000일을 넘긴 시점에 파업 철회를 공식 선언했습니다. 테슬라가 파업에 참여한 노조원 전원에게 보상을 제시해 회사를 떠나도록 하는 방식으로 이른바 매수(buy out)를 마쳤기 때문입니다. 스웨덴 노동조합총연맹(LO)의 단체협상 사무국장은 파업할 노동자가 없으면 파업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조직률이 높고 재정이 탄탄하며 제도적 뒷받침까지 갖춘 스웨덴 노조조차 테슬라를 협상 테이블에 앉히지 못했으니, 여건이 훨씬 열악한 다른 나라 노조에는 결코 고무적인 소식이 아닙니다. 미국에서는 2022년 스태튼아일랜드의 아마존 물류창고 노동자들이 노조 결성에 찬성표를 던졌지만, 4년이 넘게 지난 지금도 아마존은 계약 협상에 나서지 않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스웨덴 모델은 이 사건으로 무너졌을까요. 그렇지 않았습니다. 일각에서는 테슬라 사태가 다른 기업으로 번지는 연쇄 붕괴의 출발점이 되리라는 우려가 있었으나, 현지의 노조 관계자들은 다른 기업과의 단체협약이 계속 체결되고 있다는 점에서 위안을 얻고 있다고 전해집니다. 대표적으로 '캔디 크러시'를 만든 비디오 게임 기업 킹(King)은 파업 위협이 따른 1년간의 협상 끝에 지난달 스웨덴 노조와 단체협약을 맺었습니다. 이번 분쟁을 다룬 책을 쓴 싱크탱크 아레나 이데(Arena Idé)의 게르만 벤더 연구원은 파업은 끝났고 노조는 졌지만 스웨덴 모델은 무너지지 않았다고 평가했습니다. 이 대목에서 주목할 것은 스웨덴 노조가 기술을 대하는 태도입니다. 미국 럿거스 대학교의 수전 슈어먼 노동학 교수는 북유럽 노조가 수출 주도형 경제에서 기업의 경쟁력 유지가 필수임을 잘 알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이들은 기술 도입을 막는 데 힘을 쏟기보다 기업이 경쟁력을 유지하도록 기술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그 성과를 조합원에게 어떻게 공정하게 나눌지에 집중한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스웨덴은 수많은 스타트업 덕분에 유럽의 실리콘밸리로 불려 왔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에서도 덴마크·핀란드·스웨덴의 기업 인공지능 도입률은 비교 대상 국가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현지의 한 노조 활동가는 두려운 것은 신기술이 아니라 낡은 기술이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필자는 이 사례에서 우리 사회가 배울 점이 적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첫째, 노사 관계의 근간은 대립이 아니라 신뢰와 자율에 있어야 합니다. 정부의 법과 규제로 모든 것을 정하려 하기보다 당사자들이 책임을 지고 합의하는 전통이 오랜 세월 사회의 안정을 지켜 왔습니다. 둘째, 기업의 경쟁력이 곧 일자리의 기반이라는 상식을 노사가 함께 공유해야 합니다. 일터를 지켜 온 시니어 세대는 기업이 흔들릴 때 일자리와 노후의 토대도 함께 흔들린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셋째, 기술을 막아서기보다 익히고 활용하는 편이 노동자 자신에게 이롭습니다. 인공지능과 디지털 기술이 빠르게 퍼지는 오늘날, 시니어 역시 배움을 놓지 않을 때 일터와 사회에서 자리를 지킬 수 있습니다. 물론 이번 결말이 노조에 가볍지 않은 숙제를 남긴 것도 사실입니다. 보상을 앞세운 회사의 선택 앞에서 조직의 단결이 무력해질 수 있음을 보여 주었기 때문입니다. 한편 회사로서도 협약을 끝내 거부한 채 쌓은 갈등의 비용과 평판을 가볍게 볼 수는 없을 것입니다. 이긴 쪽도 진 쪽도 서로에게서 배울 것이 남아 있습니다. 결국 스웨덴의 경험이 알려 주는 교훈은 단순합니다. 한 번의 승패보다 중요한 것은 제도가 오래 버티는 힘이며, 그 힘은 기술을 두려워하지 않고 경쟁력과 공정한 분배를 함께 고민하는 노사의 성숙에서 나온다는 점입니다. 우리 사회도 대립의 언어를 넘어 협력의 문법을 다듬어 가기를 바랍니다.캐어유뉴스 편집장 김형래 수정삭제 주소복사▲ 본 이미지는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하여 생성형 인공지능으로 제작된 것입니다.
[아침마다 지혜 #514] 밤낮없는 헌신을 요구한 채용 공고
2026/10/20
미국 실리콘밸리의 한 채용 공고가 세계 기술 업계의 화제로 떠올랐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이 2026년 10월 19일 자 지면으로 보도한 이 공고는 오픈AI, 스트라이프, 도어대시 등의 초기 투자자로 알려진 벤처캐피털(venture capital) 회사 코슬라 벤처스의 설립자 비노드 코슬라 씨의 비서실장(chief of staff) 모집입니다. 공고가 요구한 조건은 명료합니다. 매일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 사무실에 출근해 대면으로 일해야 하고, 필요할 때는 야간과 주말을 가리지 않고 연락이 닿아야 합니다. 이 일정을 3년간 유지해야 한다는 조건도 붙었습니다. 인재 영입을 맡은 부사장은 링크드인 게시물에서 예측 가능한 근무 시간이나 정리된 지침서, 잦은 업무 지시가 필요한 사람에게는 맞지 않는 자리라고 밝혔습니다. 반응은 크게 갈렸습니다. 수면 기술 기업 에이트 슬립의 마테오 프란체스케티 씨는 사업이 바쁘지 않았다면 직접 지원했을 것이라고 했고, 레딧 공동 설립자 알렉시스 오하니언 씨는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꿀 수 있는 자리라고 평가했습니다. 반면 이 공고를 일종의 계약 노예에 빗댄 비판도 적지 않았습니다. 급여 범위가 공고에 공개되지 않았다는 점도 논란을 키웠습니다. 회사 측은 1,000건 이상의 지원서가 몰릴 것으로 내다보았습니다. 논란이 커지자 코슬라 씨는 금요일 늦게 자신의 X 게시물로 입장을 보충했습니다. 특정한 근무 시간 조건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매우 강도 높은 자리이며, 자신이 주 80시간을 일하는 만큼 그 속도를 따라올 사람이 필요하다는 설명이었습니다. 이번 공고가 눈길을 끄는 더 큰 이유는 업계 전반의 흐름과 맞닿아 있기 때문입니다. 워싱턴 대학교의 역사학자 마거릿 오마라 교수는 이를 마음속에만 두던 말을 이제 소리 내어 말하는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젊은 인공지능(AI) 스타트업 창업자들 사이에서는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주 6일을 일하는 이른바 9-9-6 근무제가 퍼지고 있습니다. 보험 스타트업 코기는 지원자의 체력을 가늠하겠다며 주말을 포함한 며칠간의 업무 심사를 요구했습니다. 레몬라임이라는 스타트업은 올해 초 네트워킹 행사에서 회사 로고 문신을 새길 사람에게 면접 기회를 주겠다고 제안했습니다. 과로가 감추어야 할 부담이 아니라 드러내어 자랑하는 덕목이 되었다는 진단이 나오는 대목입니다. 이를 노동시장의 힘의 균형으로 읽는 시각도 있습니다. 컨설팅 기업 그룹 360 컨설팅의 라힐라 안와르 대표는 채용 한파가 이어지는 지금이어서 이런 요구가 가능하다고 보았습니다. 지원자의 선택지가 넓었다면 사정이 달랐을 것이라는 뜻입니다. 그는 이 자리의 매력이 일자리 자체보다 그 이후에 열리는 출구(exit)에 있다고 짚었습니다. 비서실장직은 오래전부터 최고위직으로 가는 지름길로 여겨져 왔고, 투자 검토와 포트폴리오 기업 협력, 인적 네트워크 구축을 곁에서 돕는 생각의 동반자(thought partner) 역할을 맡기 때문입니다. 코슬라 씨는 모든 분야를 알 필요는 없고 얼마나 빨리 배우는지, 어떤 질문을 던지는지, 근본 원리(first principles)에서 사고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보통 기술 업계의 혹사 문화에 비판적인 제이슨 프라이드 37시그널스 공동 설립자도 이번 공고에는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습니다. 기대치가 매우 명확하다는 이유였고, 자신이 25세였다면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기회였을지도 모른다고 덧붙였습니다. 2021년부터 2023년까지 이 자리를 지켰던 헤삼 모틀라그 스탠퍼드 대학교 겸임교수 역시 더없이 값진 배움의 경험이었다고 회고했습니다. 사실관계는 여기까지입니다. 이제 이 소식을 우리 시니어 독자께서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말씀드리겠습니다. 먼저 이번 공고에는 평가할 만한 점이 있습니다. 조건을 숨기지 않고 처음부터 분명히 밝혔고, 지원자는 그것을 보고 스스로 선택할 수 있습니다. 모호한 약속으로 사람을 끌어들인 뒤 과도한 희생을 강요하는 일보다는 정직한 방식입니다. 한 분야의 정점에 선 사람 곁에서 일하며 배우겠다는 젊은이의 도전 의지도 폄하할 일이 아닙니다. 우리 세대 역시 젊은 시절 밤을 새워 일하며 오늘의 기반을 닦았습니다. 그러나 선택이 자유로운 것과 그 선택이 건강한 것은 별개의 문제입니다. 일자리가 귀한 시기에는 지원자가 거절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이 선택이 온전히 자유롭다고만 보기 어렵습니다. 주 80시간의 노동을 3년간 이어가는 일은 건강, 가정, 인간관계에 적지 않은 대가를 치르게 합니다. 헌신이 미덕이 되려면 정당한 보상과 회복할 시간이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이 공고가 급여를 밝히지 않았다는 점은 그래서 아쉽습니다. 시니어 세대가 이 사안에서 얻을 교훈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일의 가치가 시간의 길이로만 결정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오랜 직장 생활을 마친 분들께서는 성과와 신뢰가 쌓이는 방식이 무엇인지 이미 체득하고 계십니다. 다른 하나는 다음 세대를 대하는 어른의 책임입니다. 젊은이들이 치열하게 달리는 것을 막을 수는 없지만, 그 열정이 소모되지 않도록 지켜 주는 균형추 역할은 경험 있는 세대가 맡아야 합니다. 후배에게는 열심히 일하라는 말과 함께 오래 일하는 법도 일러 주어야 합니다. 실리콘밸리의 이 공고가 앞으로 일하는 방식의 기준이 될지, 한때의 과열된 풍경으로 끝날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분명한 것은 어느 시대에나 일의 목적은 사람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데 있다는 점입니다. 치열함이 의미를 얻으려면 그 끝에 건강한 삶이 놓여 있어야 합니다. 시니어 여러분께서 쌓아 오신 지혜가 이 대목에서 젊은 세대에게 가장 값진 조언이 되리라 믿습니다. 캐어유뉴스 편집장 김형래
[아침마다 지혜 #513] 무릎은 닳는 소모품이 아니라 걸을수록 단단해지는 생명의 펌프입니다
2026/10/19
무릎이 아프면 걷는 일부터 줄이는 시니어가 많습니다. 관절 연골은 쓸수록 닳는 부품이니 아껴 써야 한다는 믿음 때문입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10월 19일 자 건강 칼럼에서 이 통념을 정면으로 다루었습니다. 웰빙 칼럼니스트 그레첸 레이놀즈가 정형외과 전문가들의 견해와 최근 연구를 정리한 이 글의 결론은 분명합니다. 무릎은 기계 부품과 달리 적절한 자극을 받을 때 스스로를 돌보는 조직이라는 것입니다. 의학적 원리부터 짚어 보겠습니다. 관절 연골에는 혈관이 직접 닿지 않습니다. 영양분은 관절 안을 채운 활액(synovial fluid)을 통해 공급되는데, 활액이 순환하려면 체중이 실렸다가 풀리는 움직임이 필요합니다. 걸을 때마다 연골이 스펀지처럼 눌렸다 펴지면서 영양분이 스며드는 셈입니다. 연골 세포도 이 압력을 감지해 재생에 필요한 신호 물질을 내보냅니다. 반대로 통증이 두려워 오래 앉아 있거나 누워 지내면 활액의 흐름이 둔해지고 연골은 오히려 메말라 약해집니다. 아낀다고 한 일이 도리어 퇴행을 앞당기는 것입니다. 이 글은 관절염을 무릎 한 부위의 국소 부상으로만 보는 시각에도 문제를 제기합니다. 활액은 몸 전체의 대사 상태(metabolic health)를 반영하기 때문입니다. 비만, 고혈당, 만성 스트레스, 전신 염증이 심해지면 염증성 사이토카인(inflammatory cytokine)이 활액으로 스며듭니다. 이런 환경에서는 관절 안쪽 세포들이 연골을 키우는 물질 대신 연골을 분해하는 효소를 내놓게 됩니다. 무릎의 통증이 사실은 온몸의 생활 습관이 쌓아 온 결과일 수 있다는 뜻입니다. 걷기가 체중과 혈당을 다스리고 몸 전체의 염증 수준을 낮춘다는 점에서, 보행은 무릎뿐 아니라 몸 전체를 돌보는 일이 됩니다. 걷기의 효과는 무릎에서 그치지 않고 머리로도 이어집니다. 걷기는 심박수를 완만하게 높여 전두엽과 해마로 가는 산소와 영양분을 늘립니다. 이는 뇌가 새로운 연결을 만들어 가는 능력, 곧 신경 가소성(neuroplasticity)을 북돋는 바탕이 됩니다. 칼럼은 스탠퍼드대학교 연구팀의 실험도 소개합니다. 이 실험에서는 앉아 있을 때보다 걸을 때 확산적 사고(divergent thinking), 곧 하나의 문제에서 여러 해법을 떠올리는 능력이 평균 60퍼센트 이상 높아졌다고 합니다. 이 수치는 창의적 발상을 측정한 실험 결과이며, 치매 예방 효과를 직접 증명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구분해 읽을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도 걸으면서 생각이 정리되었다는 옛 선비들의 경험이 과학적으로도 뒷받침된다는 점은 의미가 큽니다. 달리기에 대한 오해도 바로잡았습니다. 취미 수준으로 꾸준히 조깅을 하는 사람은 무릎이 망가진다고들 걱정하지만, 장기 추적 연구에서는 오히려 운동을 하지 않는 사람보다 관절염 발생률이 낮게 나타났다고 합니다. 다만 이미 통증이 있거나 관절 질환 진단을 받은 시니어에게 달리기를 권하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이분들께는 평지 걷기가 알맞습니다. 통증이 심해지지 않는 범위에서 꾸준히 걸으면 연골의 회복력이 살아나고, 수술 시기를 늦추거나 피할 가능성도 커진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합니다. 실천 방법은 소박합니다. 마라톤이나 고강도 운동이 아니라 하루 10분 걷기에서 시작하자는 것입니다. 가장 바쁘고 힘든 날에도 지킬 수 있는 분량이어야 오래 이어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시간과 거리는 몸의 반응을 살피며 조금씩 늘리면 됩니다. 이 칼럼을 읽으며 저는 우리 부모 세대의 생활 철학을 떠올렸습니다. 특별한 운동 기구도 없던 시절, 그분들은 새벽에 일어나 걷고 움직이며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부지런함이 곧 건강이었고, 몸은 쓰는 만큼 지켜진다는 이치를 삶으로 아셨던 것입니다. 편리함에 길든 오늘날 우리는 아프다는 이유로 움직임을 줄이고 의자와 소파에 몸을 맡기는 일이 잦습니다. 건강한 노후는 누가 대신 만들어 주지 않으며, 스스로 한 걸음 내딛는 책임에서 출발합니다. 그 책임을 가족과 함께 실천한다면 더욱 든든할 것입니다. 부부가 나란히 동네 길을 걷고, 자녀나 손주와 함께 주말 산책을 즐기는 모습이 우리가 지켜 가야 할 아름다운 풍경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모든 시니어에게 같은 처방이 맞는 것은 아닙니다. 걷는 도중 통증이 점점 심해지거나 관절이 붓고 열감이 있다면 무리하지 말고 정형외과 전문의의 진단을 먼저 받으셔야 합니다. 이 글의 요지는 통증이 있어도 무조건 참고 걸으라는 것이 아닙니다. 통증이 두려워 움직임을 완전히 멈추는 것이 가장 위험한 선택일 수 있다는 점입니다. 가을 아침 공기가 한결 맑아졌습니다. 오늘 하루 10분이라도 신발 끈을 고쳐 매고 집 앞을 나서 보시기 바랍니다. 한 걸음 한 걸음이 무릎의 연골을 키우고 머리를 맑게 하며, 수명을 늘리는 가장 확실한 투자가 될 것입니다.캐어유 뉴스 편집장 김형래
[아침마다 지혜 #512] 닻을 내릴 곳을 잃은 바다 위 시니어들, 질서와 온정 사이에서
2026/10/18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북쪽, 마린 카운티의 리처드슨 베이(Richardson Bay)에서 70여 년간 이어져 온 수상 공동체가 사실상 막을 내리고 있습니다. 당국은 이번 주 이 만에 남아 있던 마지막 불법 정박 선박들을 모두 철거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스스로를 앵커 아웃(anchor out), 곧 닻을 내리고 바다 위에서 사는 사람이라 부르던 이들의 삶터가 문을 닫는 순간입니다. 미국 뉴욕타임스 국제판이 지난 16일 자 세계면에 보도한 내용입니다. 이 공동체의 뿌리는 제2차 세계대전 직후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1940년대 후반 조선소가 문을 닫자 참전 용사와 예술가들이 버려진 선박과 바지선으로 모여들었고, 1970년대에는 수백 명이 폐자재로 지은 하우스보트에 살며 자체 신문까지 발행하는 수상 마을을 이루었습니다. 해안 정비를 둘러싼 당국과의 충돌은 '하우스보트 전쟁'이라 불릴 만큼 격렬했고, 대다수 하우스보트는 법적 규제 아래 육상 마리나로 편입되었습니다. 그러나 일부는 개활 수역에 남았습니다. 샌프란시스코 베이 지역의 경제 사정이 나빠지면서 선단은 불어났고, 2018년 공식 집계로는 선박이 250척에 가까웠습니다. 이 공동체가 철거 대상이 된 데에는 합당한 이유도 있었습니다. 당국은 상당수 선박이 안전하지 않거나 버려진 상태이며, 닻과 닻줄 사슬이 탄소를 저장하는 중요한 해양 서식지인 거머리말(eelgrass) 군락을 훼손한다고 밝혔습니다. 오물 무단 투기에 대한 민원이 이어졌고, 폭풍우에 배가 풀려 육지로 떠밀리거나 불이 나고 침몰하는 사고도 있었습니다. 인근 수상 식당 지배인은 서부 개척시대 같았다며, 배가 식당을 덮칠 뻔한 일이 여러 차례 있었다고 회상했습니다. 약 10년 전부터 지자체가 대대적인 철거에 나선 배경입니다. 당국은 단속만 한 것은 아닙니다. 2022년부터 배를 자진 인도하는 이들에게 선박 길이 1피트당 150달러(약 21만 원)를 보상금으로 지급했고, 이듬해에는 300만 달러(약 42억 원) 규모의 주정부 보조금으로 임시 주거 바우처를 제공했습니다. 리처드슨 베이 지역청은 이번 달까지 500척 넘는 선박을 인양해 철거했으며, 52명의 전직 앵커 아웃에게 임시 거처를 마련했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1년간 일반 아파트에 살게 한 뒤 연방 공공임대로 잇는다는 구상은 임대료 급등으로 주택 당국의 재원이 바닥나면서 2025년 5월 무너졌습니다. 지역청장은 영구 주거 바우처가 여전히 턱없이 부족하다고 인정했습니다. 그 결과는 냉정했습니다. 20년간 정박지에서 살아온 56세 여성은 바우처를 받지 못해 남편, 반려견 두 마리와 함께 마리나에 세워 둔 픽업트럭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육지에서 보안요원으로 일하는 45세 채드 위클리프 씨는 퇴거 명령 이후에도 자신과 반려견을 받아 줄 거처를 찾지 못했다며, 더 거친 먼바다로 배를 밀어 넣었습니다. 그는 이렇게 오래 살아 다른 방식은 모르겠다고 했습니다. 올해 75세인 리처드 애슈록 씨는 정규 마리나에서 관리인으로 일하며 숙식을 해결하는 길을 얻었지만, 65세 피터 글레이저 씨는 욕조와 세탁기를 갖게 된 것을 믿기 어려워하면서도 70년 공동체가 사라지는 데 깊은 우울감을 토로했습니다. 이 사안은 어느 한쪽의 일방적 승리나 패배로 보기 어렵습니다. 공공 수역은 모두의 자산이므로 안전과 환경, 법질서를 지키려는 당국의 책무는 정당합니다. 불법으로 쓰레기를 버리고 선박을 방치한 행위까지 낭만으로 포장할 수는 없습니다. 애슈록 씨조차 경험도 없이 절박함만으로 들어온 이들이 배를 쓰레기장으로 만들었다고 지적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소살리토의 용도지역제(zoning) 개정을 둘러싼 논쟁도 있습니다. 찬성 측은 낡은 규제가 해양 산업의 적응을 막는다고 하고, 반대 측은 개발이 수리소와 해양 일자리를 밀어내는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으로 이어질까 우려합니다. 그럼에도 이 이야기가 우리에게 남기는 물음은 가볍지 않습니다. 이들 가운데 적지 않은 수가 고령의 시니어이고, 비싼 주거비에 밀려 마지막으로 닻을 내린 사람들이었습니다. 원칙을 세우는 일과 사람을 살피는 일은 서로 부딪히지 않아야 합니다. 질서를 회복하려면 철거에 앞서 갈 곳을 마련하는 책임 있는 설계가 뒤따라야 합니다. 예산이 바닥난 뒤에야 끊긴 주거 연계 사업은 정책이 현실을 끝까지 책임지지 못했을 때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 보여 줍니다. 우리나라도 시니어 1인 가구와 주거 취약 문제에서 결코 예외가 아닙니다. 공동체의 질서를 지키되 그 질서 밖으로 밀려나는 이웃을 마지막까지 품는 것, 그것이 성숙한 사회의 품격일 것입니다. 바다 위 마을은 사라지고 있지만, 그들이 던진 질문은 우리 곁에 아직 닻을 내리고 있습니다.
[아침마다 지혜 #511] 잃어가는 것이 아니라 남아 있는 것을 바라보며
2026/10/17
미국의 작가 레베카 배리 씨가 뉴스레터에 기고한 수기가 잔잔한 울림을 주고 있습니다. 알츠하이머병(Alzheimer’s disease) 2기 진단을 받은 아버지와 함께 회고록 원고를 다듬어 한 권의 책으로 펴낸 경험담입니다. 어머니를 먼저 떠나보낸 뒤 아버지는 가사도우미와 딸의 도움을 받으며 홀로 생활하였고, 운전도 계속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쇼핑몰 근처에서 히치하이킹을 하는 아버지의 모습이 지인에게 목격되었고, 딸은 이를 계기로 아버지와 보내는 시간을 대폭 늘리기로 결심하였습니다. 그 중심에는 아버지가 알츠하이머병 증상이 본격화되기 전부터 집필하던 『멕시코에서 증기를 쫓아서(Chasing Steam in Mexico)』가 있었습니다. 1950년대 후반과 1960년대에 증기기관차를 촬영한 기억을 엮은 책입니다. 아버지는 한국전쟁 당시 양심적 병역거부자로서 미국 친우봉사단(American Friends Service Committee)을 통해 멕시코 틀락스칼라(Tlaxcala)에서 도로를 닦고 우물을 파는 봉사에 참여하였고, 이후에도 여가 때마다 철도 노선을 찾아 히치하이킹과 야영을 하며 기관차와 철도 노동자들의 모습을 흑백 사진에 담았다고 합니다. 부녀는 일주일에 여러 차례 장작 난로 앞에서 마주 앉아, 좋아하는 멕시코 민속 음악을 틀어 놓고 원고를 소리 내어 함께 읽으며 수정하고 사진을 골랐습니다. 기분이 가라앉은 채 딸을 맞이하던 아버지도 작업이 몇 시간 이어지면 활력을 되찾았고, 기관차의 차륜 배열을 설명하거나 1965년 유카탄에서 있었던 저녁 모임의 일화를 또렷하게 들려주었다고 합니다. 이 대목에서 객관적인 사실을 짚어 둘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나라 65세 이상 시니어의 치매 유병률은 대략 10퍼센트 안팎으로 추정되며, 환자 수는 100만 명에 가깝습니다. 의학계는 약물 치료와 함께 비약물적 중재를 권고하는데, 지난 삶을 되짚는 회상요법(reminiscence therapy)과 음악·미술 활동이 대표적입니다. 불안을 낮추고 정서와 자존감을 북돋는 데 도움이 된다는 연구가 여러 편 있습니다. 다만 이러한 활동은 병의 진행을 멈추는 치료가 아니며, 효과에도 개인차가 있습니다. 이 글 역시 한 가족의 경험을 기록한 수기이므로 일반화에는 신중해야 합니다. 변화는 딸에게도 찾아왔습니다. 저자는 책 작업이 마치 시간 캡슐 속에 들어가는 것 같았다고 회고합니다. 뉴스도 소셜 미디어도 없이 두 사람과 하나의 프로젝트만 있는 시간 속에서, 아버지의 건강 악화에만 쏠려 있던 시선이 함께 만드는 일로 옮겨 갔다는 것입니다. 이 공동 작업은 감시하거나 주변을 맴돌지 않으면서도 도울 수 있는 길을 열어 주었고, 아버지에게는 돌봄을 받는 중에도 스스로 이끈다는 감각을 지켜 주었습니다. 딸은 이전에 들어 보지 못한 모험담과 처음 보는 사진을 접하며, 자신이 태어나기 전 한 사람의 예술가로 살았던 아버지를 만났습니다. 시련도 있었습니다. 작업 1년쯤 뒤 아버지는 손목 통증을 호소하였고 진단은 패혈증(sepsis)이었습니다. 3주간 입원했고 이후 운전을 완전히 그만두었습니다. 그러나 저자는 함께 몰두할 일이 없었다면 모든 관심이 질병과 병원, 빨라지는 기억력 상실에만 갇혔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작은 출판사를 운영하던 부부는 완성된 책을 직접 출간하였고, 아버지는 요즘도 자신이 쓴 글을 다시 읽으며 많은 것을 잊어도 책이 아름다웠던 장소로 데려다준다고 말한다고 합니다. 이 이야기에서 우리는 가정이 지닌 본래의 힘을 새삼 확인합니다. 우리나라는 2008년 노인장기요양보험을 도입하고 2017년 치매국가책임제를 내세워 공적 돌봄 체계를 갖추어 왔습니다. 이러한 제도는 마땅히 확충되어야 하지만, 제도가 채워 줄 수 있는 것은 돌봄의 기술이지 삶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한 사람이 걸어온 길을 가장 깊이 알고 기억해 줄 수 있는 이는 결국 가족입니다. 부모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기록하는 일은 효(孝)의 가장 조용하고 단단한 실천이라 하겠습니다. 저자의 조언은 소박합니다. 오래된 편지와 일기 읽기, 사진첩 정리, 함께 음악 듣기, 집안 요리법 재현하기 등 무엇이든 좋다는 것입니다. 다만 이별이 머지않았다는 이유가 아니라, 그 사람을 사랑하고 함께 있는 시간이 즐겁기에 시작하라고 권합니다. 관계가 잃어가는 것들로만 채워지는 데 지쳤다면, 아직 남아 있는 것으로 시선을 돌려 보라는 뜻입니다. 글의 끝에서 딸은 떨리는 아버지의 손을 바라보며 오직 한 마디만 떠올린다고 고백합니다. 그 마음은 부모를 모시는 모든 시니어 가족이 공유하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오늘 저녁, 부모님 곁에 앉아 낡은 사진첩을 함께 펼쳐 보시기를 권합니다.캐어유 뉴스 편집장 김형래
[아침마다 지혜 #510] AI 인재는 '진심'과 '유연함'에 응답합니다
2026/10/16
일류 인공지능(AI) 인재를 확보하려는 스타트업의 경쟁이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창업가가 먼저 손을 내밀었을 때 이들 전문가가 어떤 요소를 보고 응답하는지는 그동안 막연한 짐작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 2026년 11~12월호는 이 물음에 데이터로 답한 연구를 소개했습니다. 스타트업 전용 인재 매칭 플랫폼 코피스페이스(CoffeeSpace)의 연구진이 플랫폼에서 오간 100만 건 이상의 상호작용 기록을 분석한 결과입니다. 연구진은 창업가의 어떤 속성이 네트워킹 초대의 수락과 대화 시작으로 이어지는지를 살폈습니다. 법학 학위나 주요 빅테크 근무 경력 같은 이력이 상대의 마음을 얼마나 움직이는지 확인하려는 것이었습니다. 이를 위해 창업가를 AI 전문 배경이 있는 집단과 없는 집단으로 나누어 속성별 영향을 비교했습니다. 핵심 결론은 분명합니다. 자신의 사업 아이디어에 전업(full-time)으로 몰입하고 있으며 이미 일정한 진척을 이루었다는 신호를 보낸 창업가일수록 수락률이 크게 높았습니다. 전업으로 일한다는 속성이 수락률에 미친 영향은 AI 배경이 없는 창업가에게서 6.1퍼센트, AI 배경이 있는 창업가에게서 18.0퍼센트로 나타났습니다. 같은 속성이라도 창업가 자신이 AI 전문성을 갖춘 경우 효과가 세 배가량 컸다는 뜻입니다. AI 전문성이 있는 창업가에게 가장 큰 플러스 요인은 공동창업자와의 지분 분배(equity split)에 유연한 태도였습니다. 이 속성은 AI 배경이 있는 창업가에게서 20.5퍼센트, 없는 창업가에게서 9.2퍼센트의 영향을 보였습니다. 다음으로 100킬로미터 이상 떨어진 공동창업자와도 일할 수 있다는 개방성이 18.2퍼센트로 컸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AI 배경이 없는 창업가에게는 이 항목이 오히려 마이너스 0.8퍼센트로 나타났다는 것입니다. 같은 말이라도 누가 하느냐에 따라 신뢰도가 달라진다는 점을 보여 줍니다. 이력 요인도 눈여겨볼 만합니다. 메타, 아마존, 애플, 넷플릭스, 구글(MAANG) 근무 경험은 AI 배경이 있는 창업가에게 12.7퍼센트, 없는 창업가에게 4.6퍼센트의 영향을 주었습니다. 법학 학위 보유나 재학은 각각 10.7퍼센트와 4.0퍼센트였고, 영업 직무 경험은 8.6퍼센트와 5.5퍼센트였습니다. 박사 학위는 7.8퍼센트와 5.8퍼센트, 경영학석사(MBA)는 5.6퍼센트와 4.4퍼센트로, 학위의 영향은 상대적으로 작았습니다. 반면 관심사가 넓다고 밝히는 것은 AI 배경이 없는 창업가에게 마이너스 11.4퍼센트라는 가장 큰 부정적 영향을 낳았습니다. AI 배경이 있는 창업가에게도 플러스 3.3퍼센트에 그쳤습니다. 이미 다른 공동창업자들과 일하고 있다는 사실도 각각 마이너스 0.6퍼센트와 플러스 0.8퍼센트로 사실상 영향이 없었습니다. 아이디어는 있으나 함께 만들 사람을 찾고 있다는 표현 역시 0.7퍼센트와 5.1퍼센트에 머물렀습니다. 화려한 가능성의 나열보다 하나의 방향에 대한 확신이 더 설득력을 갖는다는 해석이 가능합니다. 다만 이 연구에는 유의할 점이 있습니다. 하나의 플랫폼에서 나온 데이터이므로 모든 창업 환경으로 일반화하기는 어렵습니다. 또한 수락률은 대화의 시작을 보여 줄 뿐, 실제 합류나 사업 성공을 보장하는 지표가 아닙니다. 그럼에도 이 결과가 던지는 메시지는 가볍지 않습니다. 인재는 이력서의 화려함보다 창업가가 자기 일에 얼마나 헌신하는지, 그리고 이익을 나눌 마음의 여유가 있는지를 먼저 본다는 것입니다. 이는 낯선 이야기가 아닙니다. 예로부터 사람을 얻는 일은 말솜씨가 아니라 몸소 보이는 성실과 신의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기술이 아무리 빠르게 변해도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원리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점을 이번 데이터가 다시 확인해 줍니다. 시니어 독자께도 시사점이 있습니다. 평생 조직에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창업이나 사회적 사업을 준비하는 시니어가 늘고 있습니다. 새로운 인재와 손잡으려 할 때 필요한 것은 젊은 기술자에게 맞추려는 흉내가 아닙니다. 맡은 일에 온전히 몰두하는 자세, 이미 이룬 작은 성과의 정직한 공개, 그리고 몫을 나누는 데 인색하지 않은 태도입니다. 이것이야말로 시니어가 가장 오래 갈고닦아 온 덕목이기도 합니다. 결국 최고의 인재를 끌어들이는 힘은 첨단 기술이 아니라 사람에 대한 예의와 일에 대한 진정성에서 나옵니다. 변화의 속도가 빠를수록 기본으로 돌아가 신뢰를 쌓는 일이 더욱 값지다는 점을 이번 연구는 조용히 일깨워 줍니다. 캐어유 뉴스 편집장 김형래
[아침마다 지혜 #509] 손끝으로 잇는 기억, 전통은 사람이 이어야 살아남습니다
2026/10/15
프랑스 시사 주간지 르 피가로 매거진(Le Figaro Magazine) 10월 9일 자 여행 특집이 중미 과테말라를 다루었습니다. 기사는 마야 문명의 유적 못지않게, 지금도 그 문화를 몸으로 이어 가는 여성들의 삶에 주목했습니다. 시니어 독자께서도 한 번쯤 곱씹어 볼 만한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기사의 첫 장면은 북부 페텐(Petén) 지역의 티칼(Tikal)입니다. 새벽 어둠 속에서 여행객들은 정글 오솔길을 더듬어 마야 세계에서 손꼽히게 높은 건축물인 4호 신전에 오릅니다. 높이는 65미터를 넘는다고 합니다. 이들은 숲 위로 해가 떠오르는 순간을 말없이 기다립니다. 마야 문명이 무너진 지 1,200년이 넘었지만, 붕괴 원인은 여전히 수수께끼입니다. 가뭄, 인구 과밀, 이웃 도시국가와의 갈등이 부분적 설명으로 거론될 뿐입니다. 티칼은 1979년 유네스코(UNESCO) 세계유산으로 등재되었고, 1950년대부터 일반에 공개되었습니다. 기사가 짚은 더 중요한 사실은 따로 있습니다. 유적 그늘에서 소풍을 즐기는 켁치(Q'eqchi') 가족들은 고대 마야인의 직계 후손입니다. 과테말라에는 인구의 약 40퍼센트를 차지하는 20여 개 소수 민족 집단이 있으나, 상당수가 여전히 사회의 주변부에 머물러 있다고 합니다. 유적은 관광 자원으로 주목받아 왔어도, 그 유산을 낳은 사람들은 오랫동안 조명받지 못했다는 뜻입니다. 이야기는 고원지대의 아티틀란(Atitlán) 호수로 이어집니다. 세 화산이 둘러싼 이 호수 서안의 산 후안 라 라구나(San Juan La Laguna)에는 추투힐(Tz'utujil)족 여성들의 협동조합이 모여 있습니다. 약 20명의 여성 치유사가 세운 코오마넬(Q'oomanel)은 약초로 차와 연고를 만드는 마야 전통 의학을 실천합니다. 조산사의 재능을 물려받은 빌마 멘도사는 자신들이 의사를 대체하려는 것이 아니라, 병원에 갈 형편이 안 되는 가정에 또 하나의 길을 열어 줄 뿐이라고 설명합니다. 여성 직조 집단 루쿠시 켐(Ruk'u'x Keem)은 마야어로 직조의 심장을 뜻합니다. 창립자 에르미니아는 목화씨를 씻고 솎아 내고 손으로 실을 잣는 조상 대대의 공정을 그대로 보여 줍니다. 산티아고 아티틀란(Santiago Atitlán)의 엘 콘소르시오(El Consorcio) 협동조합 여성들은 나무에 한쪽을 묶고 다른 쪽을 허리에 건 허리 베틀(백스트랩 룸, backstrap loom)로 천을 짭니다. 몸의 장력으로 직물의 밀도를 조절하는 이 방식은 정밀함과 인내를 요구합니다. 이 전통을 시장과 연결하려는 시도도 소개됩니다. 2023년 방코 인두스트리알(Banco Industrial) 재단이 시작한 과테 아 마노(Guate a Mano) 프로그램은 장인들이 정당한 대가를 받도록 중재하고, 안티과(Antigua)의 부티크에서 팔 현대적 소품 제작을 돕습니다. 디자이너들은 한 가지 원칙을 지킨다고 합니다. 전통 튜닉인 위필(huipil)의 형태는 자르거나 훼손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1976년 대지진 뒤 안티과에 정착해 고원지대 과부들을 도와 온 70대 여성 베이 스미더스는, 내전 중 군의 탄압으로 모든 것을 잃은 여성들이 옷을 팔러 찾아오던 때를 회상합니다. 그는 이들에게 고품질 직물을 만드는 법을 가르쳤습니다. 과테말라 내전은 1960년부터 1996년까지 이어졌고, 유엔의 지원을 받은 역사규명위원회는 희생자를 약 20만 명으로 추산했습니다. 그 상처의 한가운데서 여성들이 손기술로 생계를 일으켰다는 점은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닙니다. 다만 기사는 우려도 함께 전합니다. 젊은 여성들이 더 이상 위필을 입으려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기술은 시장이 지켜 줄 수 있어도 정신은 가정과 공동체가 물려주어야 합니다. 이 점에서 기사의 마지막 무대인 카리브해 연안 도시 리빙스턴(Livingston)의 가리푸나(Garifuna) 공동체 이야기는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세인트빈센트 섬 출신 아프리카계 후손으로 알려진 이들의 정체성은 음식에 깃들어 있습니다. 식당 주인 디아나는 코코넛 밀크에 해산물을 끓인 타파도(tapado)를 내며, 터번 쓴 여성들이 밤새 요리하고 명상하며 조상과 교감해 온 의례를 들려줍니다. 의례에 쓰이는 노래는 아프리카와 아메리카 원주민의 영향이 섞인 언어로 불리는데, 전수가 끊겨 사라져 가는 중이라고 합니다. 가리푸나의 언어, 춤, 음악은 2001년 유네스코가 무형유산 걸작으로 선포했고, 2008년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 목록에 올랐습니다. 국제사회의 인정이 있어도 가르치는 사람이 없으면 끝내 사라진다는 교훈을 줍니다. 기사에는 공익과 여행을 잇는 사례도 곁들여 있습니다. 과테말라시티의 굿 호텔(Good Hotel)은 수익으로 현지 아동 지원 비정부기구(NGO)를 후원하고, 프랑스 여행사 레 메종 뒤 보야주(Les Maisons du Voyage)는 마야 7개 공동체의 보건 직업 교육을 위해 기부금을 전달합니다. 소비가 곧 돕는 일이 되도록 설계한 셈입니다. 저는 이 기사에서 세 가지를 읽었습니다. 첫째, 전통은 구호가 아니라 일터에서 지켜집니다. 협동조합은 기부에 기대지 않고 자기 기술로 소득을 얻어 자립의 기반을 세웠습니다. 둘째, 변화를 받아들이되 지킬 선은 분명히 해야 합니다. 위필의 형태를 훼손하지 않는다는 원칙이 그 예입니다. 셋째, 대를 잇는 전수가 모든 것의 출발점입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 가정과 공동체의 시니어 세대가 있습니다. 우리 사회도 다르지 않습니다. 시니어가 평생 쌓은 손기술과 생활의 지혜는 은퇴와 함께 사라지기 쉽습니다. 이를 가르치고 배우는 자리를 만들고, 정당한 대가가 따르도록 하는 일은 복지이기 이전에 사회가 지켜야 할 책무입니다. 먼 중미 고원에서 허리에 베틀을 맨 여성들의 손끝이 오늘 우리에게 묻고 있습니다. 우리는 무엇을, 누구에게 물려주고 있습니까.
[아침마다 지혜 #508] 면접장에서 손가락 세 개를 펴 보이라고 한다면
2026/10/14
화상 면접 도중 화면 속 면접관이 얼굴 앞에 손가락 세 개를 들어 보이라고 요청한다면 지원자는 어떤 생각이 들겠습니까. 면접을 워낙 망쳐서 건강을 살피는 것인가 싶을 수도 있겠으나, 실제로는 지원자가 인공지능(AI)이 만들어 낸 딥페이크(deepfake) 영상이 아닌지 확인하려는 절차일 가능성이 높다고 합니다. 영국 일간지 파이낸셜 타임스(Financial Times)는 지난 13일 자 칼럼에서 이런 달라진 채용 현장을 전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기업들이 채용 과정에서 맞닥뜨린 부정행위는 날로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챗봇으로 자신의 능력 이상의 일자리에 지원하는 사례가 있고, 돈을 주고 대리 면접자를 내세워 평가를 대신 치르게 하는 사례도 있습니다. 더 심각한 것은 가짜 신분으로 입사해 기업 내부 시스템에 접근하려는 해커이며, 북한에 기반을 둔 원격 정보기술(IT) 노동자가 이런 방식으로 일자리를 얻으려 한 사실도 드러났습니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Gartner)는 2028년까지 전 세계 지원자 프로필의 4분의 1이 가짜일 것으로 내다보았습니다. 이에 기업들은 채용에 사이버 보안 검증을 들이고 있습니다. 인사관리 플랫폼 딜(Deel)은 지난 8월 인공지능 보안 기업 클래러티(Clarity)를 인수해 채용과 인력 관리 전 과정에 신원 보안을 녹여 넣겠다고 밝혔습니다. 채용 플랫폼 그린하우스(Greenhouse)도 고용주가 구직자에게 신원 확인을 요구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했습니다. 클래러티는 화상 면접에서 얼굴 움직임, 입술 모양과 음성의 일치 여부, 눈동자 움직임, 음성 패턴 등을 분석해 속임수의 징후를 찾는다고 설명합니다. 여기서 눈여겨볼 대목은 기업 내부의 문화적 충돌입니다. 지원자를 따뜻하게 맞이해 온 인사 부서가 의심을 직업적 미덕으로 삼는 보안 부서와 한 방에서 일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입니다. 딜의 니브 윌프(Neev Wilf) 제품 책임자는 두 부서의 관심사가 달라 이들을 한자리에 모으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보안팀은 모든 보호 장치를 끝까지 적용하려 하고, 채용 담당자는 그것이 지원자에게 불편을 더한다고 맞선다는 것입니다. 우려도 적지 않습니다. 합격으로 이어질지 알 수 없는 과정에서 지원자의 생체와 행동 데이터가 지나치게 수집될 수 있습니다. 또한 정당한 지원자가 의심스러운 인물로 잘못 분류되는 거짓 양성(false positive)의 위험도 있습니다. 여러 기업이 같은 소수의 보안 시스템을 쓰게 되면, 운이 나쁜 지원자는 가는 곳마다 거듭 가로막힐 수 있습니다. 유럽연합(EU)은 일반데이터보호규칙(GDPR)과 EU 인공지능법(EU AI Act)으로 채용처럼 중대한 분야에서 설명할 수 없는 자동화된 결정을 받지 않도록 지원자를 보호합니다. 윌프와 그린하우스의 다니엘 차이트(Daniel Chait) 최고경영자는 자사 시스템이 규정에 맞게 설계되었고, 자동으로 탈락시키지 않으며 사람이 검토하도록 표시만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지원자의 체감은 아직 냉랭합니다. 가트너의 구직자 조사에서 인공지능 주도 면접을 경험한 비율은 지난해 3분기 9%에서 올해 2분기 18%로 두 배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 경험이 편안했다는 응답은 30%, 직무에 대한 궁금증이 충분히 풀렸다는 응답은 20%, 사람 면접관보다 인공지능 면접을 선호한다는 응답은 17%에 그쳤습니다. 그렇다면 예전의 자필 지원서와 대면 면접으로 돌아가면 되는 것일까요. 필자는 이 대목에서 오래된 기억을 떠올리게 됩니다. 직장 생활을 하며 가장 어려웠던 일 가운데 하나가 면접관으로 참여해 직원을 뽑는 일이었습니다. 말씨와 태도, 첫인상, 그리고 지원서에 적힌 글을 종합해 공정하고 정확하게 판단했다고 믿었습니다. 그러나 막상 함께 일해 보면 기대에 못 미치는 현실과 마주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마주 앉아 사람을 보는 일도 결코 완벽하지 않았다는 이야기입니다. 신문도 같은 점을 지적합니다. 과거의 방식 역시 결함이 많았다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사람을 사람이 마주 보고 판단하는 방식에는 쉽게 포기할 수 없는 가치가 있다고 믿습니다. 신뢰는 화면 속 지표가 아니라 얼굴을 맞대고 말을 주고받으며 쌓이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그 가치가 특정 계층만의 특권이 되어서는 곤란합니다. 칼럼이 경고한 최악의 시나리오는 두 방식의 단점만 합쳐진 미래입니다. 신원을 보증해 줄 인맥, 곧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이 있는 사람이나 그런 부모를 둔 청년은 사람 대 사람의 채용으로 돌아가고, 그렇지 못한 구직자는 웹캠 앞에서 손가락을 펴며 자신이 인간임을 기계에 증명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기술은 속임수를 가려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으나, 사람을 믿고 뽑는 책임까지 대신해 주지는 못합니다. 기업은 검증이 필요하더라도 그 과정이 지원자의 존엄을 해치지 않도록 최소한의 정보만 수집하고, 최종 판단은 반드시 사람이 맡아야 합니다. 시니어 세대도 자녀와 손주가 이런 면접장에 서게 될 때를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공정한 기회를 지키는 일은 제도만의 몫이 아니라, 일터에서 사람을 뽑아 본 우리 세대가 후배들에게 남길 마지막 숙제이기도 합니다. 캐어유 뉴스 편집장 김형래
[아침마다 지혜 #507] 독감이 두 달 일찍 왔습니다, 시니어의 백신 시계도 앞당겨야 합니다
2026/10/13
미국 서부에서 들려오는 이례적인 조기 독감 소식은 우리에게도 남의 일이 아닙니다. 워싱턴포스트 10월 11일자 보도에 따르면 시애틀 아동병원 시스템에서는 최근 2주 동안 약 150명의 소아가 인플루엔자(influenza) 양성 판정을 받았습니다. 통상 12월 초에나 보던 규모로, 지난해 같은 시기 약 10명과 비교하면 크게 늘어난 수치입니다. 이 병원의 소아감염병과를 이끄는 대니엘 저(Danielle Zerr) 박사는 시기가 약 두 달 앞당겨졌다고 우려했습니다. 조기 유행의 징후는 워싱턴주에 그치지 않습니다. 알래스카, 캘리포니아, 하와이에서도 검사실 양성률이 가파르게 올랐고, 네바다주 남부에서는 기저질환이 있던 50대 남성이 이번 시즌 첫 독감 관련 사망자로 보고되었습니다. 다만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전국적 독감 활동이 아직 낮은 수준이라고 밝혔고, 이번 시즌의 전반적 중증도도 중간 수준으로 예상하면서 불확실성이 크다고 단서를 달았습니다. 일부 지역의 현상으로 전체를 단정해서는 안 된다는 뜻입니다. 원인으로는 바이러스 유형의 교체가 거론됩니다. 지난 시즌에는 A형 H3N2가 지배적이었으나 올가을 워싱턴주 초기 감시 결과는 H1N1 우세를 보여 주고 있습니다. 워싱턴 대학교의 헬렌 추(Helen Chu) 교수는 사람들이 H1N1에 대한 최근 면역을 덜 갖고 있을 가능성을 설명했으나, 이것이 실제 원인인지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일본을 포함한 아시아 일부 지역의 활동 증가와 해외여행에 따른 전파 가능성도 보건 당국의 관찰 대상입니다. 한국의 시니어에게 이 소식이 의미를 갖는 이유는 세 가지입니다. 첫째, 일본과의 지리적 근접성입니다. 한국과 일본은 인적 교류가 매우 활발하여 바이러스 유입 경로가 열려 있습니다. 미국 서부의 조기 유행이 곧바로 한국에 닥친다고 단정할 근거는 없지만, 아시아 내 활동 증가가 거론되는 만큼 경계를 늦출 이유도 없습니다. 둘째, 시니어에게 더 무거운 유행 양상이라는 점입니다. 보도는 역사적으로 H3N2 우세 시즌이 특히 고령층에게 심각한 경향이 있었다고 전합니다. 올해는 H1N1이 우세하다고 해서 안심할 일은 아닙니다. 면역력이 약해지고 만성질환이 흔한 연령대에서는 어떤 유형이든 폐렴 같은 합병증으로 이어질 위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2024~2025 시즌 미국에서 독감 관련 사망자가 약 4만 5천 명으로 추정된다는 점도 가볍게 볼 수 없습니다. 셋째, 접종 시기의 문제입니다. 백신은 접종 후 항체 형성까지 약 2주가 걸립니다. 전문가들이 10월 말까지 기다리지 말고 서두르라고 권하는 이유입니다. 한국은 국가예방접종사업으로 만 65세 이상 시니어와 어린이, 임신부 등을 대상으로 인플루엔자 백신을 무료 지원하고 있으며, 시니어는 예년 기준 10월 중순 무렵부터 연령대별로 순차 접종이 이뤄져 왔습니다. 올해의 정확한 일정과 대상은 질병관리청 공지와 보건소, 지정 의료기관에서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이번 보도에서 눈여겨볼 대목이 하나 더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연방 보건 당국의 백신 권고 개편을 둘러싸고 법적 공방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올해 초 어린이와 청소년의 정기 독감 접종을 권장 대상에서 제외하는 개편이 있었으나 지난 3월 연방 판사에 의해 효력이 정지되었고, CDC는 기존 권고를 2026~2027 시즌에도 유지한다고 밝혔습니다. 한편 CDC는 예년과 달리 접종을 촉구하는 대대적 공개 캠페인을 아직 시작하지 않았고, 보건복지부는 소통 전략을 마련 중이라고 해명했습니다. 정치적 논쟁이 일선의 예방 메시지를 흐릴 때 그 부담은 결국 국민 개개인에게 돌아옵니다. 이 대목은 우리에게 제도의 안정성이 얼마나 귀한 자산인지 일깨웁니다. 한국은 오랜 기간 축적된 국가예방접종 체계와 감시망을 갖추고 있습니다. 이러한 공적 인프라에 대한 신뢰는 한 번 흔들리면 회복하기 어렵습니다. 그렇기에 당국은 일관되고 투명하게 정보를 제공해야 하고, 시니어를 포함한 국민은 정부 권고와 주치의의 판단을 믿고 스스로 건강을 챙기는 책임 있는 자세를 갖춰야 합니다. 독감 백신이 감염을 완전히 막아 주는 것은 아닙니다. 홍역 백신처럼 높은 예방 효과를 내지는 못하지만, 여러 연구에서 질병의 중증도를 낮추고 입원과 사망을 줄이는 효과가 확인되었다는 것이 보도의 요지입니다. 접종 후에도 손 씻기, 환기, 증상이 있을 때의 마스크 착용 같은 기본 수칙은 변함없이 중요합니다. 코로나19 역시 연중 유행이 반복되므로, 기저질환이 있는 시니어는 다른 예방접종과의 병행 여부를 주치의와 상의하시길 권합니다. 결국 핵심은 단순합니다. 올해 유행의 시기와 강도를 예측할 수는 없지만, 대비는 미리 할 수 있습니다. 보도가 보여 주듯 독감은 늘 달력대로 오지 않습니다. 접종 대상이라면 일정이 열리는 대로 지체 없이 접종하시고, 가족과 이웃 시니어에게도 안내해 주시기 바랍니다. 작은 실천이 겨울의 큰 불행을 막는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아침마다 지혜 #506] 개를 키우는 집이 줄어드는 나라, 우리 사회가 읽어야 할 신호
2026/10/12
미국 반려동물 시장에서 오랫동안 이어져 온 개 중심의 구도가 흔들리고 있습니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패키지드 팩츠(Packaged Facts)의 최고경영자 로버트 그라나더 씨가 10월 11일자 워싱턴포스트에 기고한 글에 따르면, 이 기관이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이래 처음으로 1세 미만 새끼 고양이를 키우는 가구가 1세 미만 강아지를 키우는 가구보다 많아졌습니다. 수치의 변화는 뚜렷합니다. 2014년에는 새끼 고양이 양육 가구 하나당 강아지 양육 가구가 1.5가구였으나, 2025년에 같은 수준이 되었고 올해는 0.94가구로 내려앉았습니다. 다만 이를 고양이 열풍으로 읽어서는 곤란합니다. 고양이 양육 가구의 비율은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된 반면, 2019년 이후 개를 키우는 가구가 5퍼센트 줄었다는 것이 핵심입니다. 여전히 개 양육 가구는 약 7,100만, 고양이 양육 가구는 약 5,300만으로 개가 앞서 있지만, 격차가 빠르게 좁혀지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원인으로는 먼저 실용성이 꼽힙니다. 고양이는 비교적 조용하고, 혼자 두기 쉬우며, 좁은 주거 공간에도 적합합니다. 그러나 필자는 경제 여건을 더 근본적인 배경으로 지목합니다. 조사 결과 자가 소유 가구는 임차 가구보다 개를 키울 확률이 두 배 가까이 높은데, 부동산 가격 급등과 더딘 실질임금 상승, 고금리가 겹치면서 내 집 마련의 문턱이 높아졌습니다. 집을 마련하고 마당 있는 삶을 꾸리며 개를 맞이하던 전통적인 순서가 무너진 것입니다. 인구 구조의 변화도 영향을 미칩니다. 하버드대 주택연구센터(Joint Center for Housing Studies)는 앞으로 가구 증가가 반려동물 양육 비율이 역사적으로 낮았던 고령층과 소수 민족 집단에 집중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팬데믹 이후 가구 규모의 축소, 아파트 거주 증가, 잦은 여행과 지출 확대가 더해졌습니다. 비용 차이도 무시하기 어렵습니다. 패키지드 팩츠의 추정으로 고양이 보호자는 연평균 750달러(약 105만 원)를, 반려견 보호자는 연평균 1,300달러(약 182만 원)를 지출합니다. 개 관련 매출이 반려동물 산업 전체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만큼, 개 양육 가구의 감소는 업계 전반의 수익 구조에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반면 고양이 보호자의 절반가량은 업계가 고양이를 위한 제품과 서비스를 충분히 내놓지 않는다고 느낀다고 하니, 시장의 대응이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는 셈입니다. 이 기사를 읽으며 저는 숫자 너머의 사회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필자는 미국인들이 점점 고양이를 닮아 간다고 표현했습니다. 좁은 공간에서 독립적으로 살며 혼자 남는 데 익숙해지는 삶이라는 뜻입니다. 미국의 사정이지만 우리와 무관한 이야기는 아닙니다. 한국에서도 1인 가구가 늘고, 주거비 부담 때문에 결혼과 출산, 내 집 마련이 미뤄지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개를 맞이한다는 것은 산책과 돌봄, 시간과 비용을 기꺼이 감당하겠다는 약속입니다. 그 약속을 하기 어려운 사회가 되어 간다면, 이는 반려동물 시장의 문제를 넘어 삶의 안정과 책임을 감당할 여유가 줄어든다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보수적인 시각에서 저는 이런 변화를 단순한 취향의 이동으로만 보지 않으려 합니다. 가족과 이웃, 그리고 생명에 대한 돌봄은 공동체를 지탱해 온 오랜 덕목입니다. 안정된 주거와 예측 가능한 가계가 있어야 사람들이 책임 있는 선택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거 안정과 물가 관리는 반려동물 정책보다 앞선 과제입니다. 물론 고양이를 선택하는 것 또한 존중받아야 할 합리적 결정이며, 필요에 따라 개와 고양이의 장점은 각자 다릅니다. 시니어 독자께도 시사점이 있습니다. 반려동물은 규칙적인 생활과 정서적 안정에 도움이 되는 벗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건강과 체력, 소득과 주거 형편을 고려해야 하고, 돌봄이 어려워질 때를 대비한 계획도 필요합니다. 산책이 부담스러우시다면 비교적 돌봄 강도가 낮은 반려묘가 현실적인 대안일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어떤 동물을 택하느냐보다, 끝까지 책임질 수 있느냐입니다. 고양이가 개를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삶의 조건이 선택을 바꾸고 있다는 것이 이 통계가 전하는 본질입니다. 우리 사회가 누구나 책임을 감당할 만한 삶의 기반을 갖추도록 지켜 가는 일, 그것이 반려동물 시장의 변화 앞에서 우리가 던져야 할 진짜 질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캐어유 뉴스 편집장 김형래
[아침마다 지혜 #505] 은퇴 후의 삶, 통장보다 먼저 관계를 설계해야 합니다
2026/10/11
은퇴를 준비하는 시니어에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대개 노후 자금입니다. 연금은 얼마나 받을지, 의료비는 어떻게 감당할지를 따지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그러나 미국 워싱턴 포스트가 10월 11일 자 지면에서 소개한 전문가들의 조언은 한 가지를 더 일깨웁니다. 은퇴 이후의 건강과 장수는 재정만큼이나 사람과의 관계에 달려 있다는 점입니다. 기사에 따르면 텍사스 치매·노화·장수 연구소(Texas Institute for Dementia, Aging and Longevity) 소장인 심리학자 카렌 핑거맨(Karen Fingerman)은 인간관계가 인지적, 정서적, 신체적 자원을 두루 제공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대화는 두뇌를 자극하고, 약속은 집 밖으로 나갈 이유가 되며, 병원에 갈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현실적 이점도 있다는 것입니다. 관계가 은퇴 후 어떻게 달라지는지는 심리학자 테레사 아마빌레(Teresa Amabile)와 공동 저자의 연구가 보여 줍니다. 이들은 은퇴를 앞두었거나 갓 은퇴한 120명을 인터뷰했고, 그중 14명은 수년간 밀착해서 추적했습니다. 아마빌레는 사람들이 은퇴에 따른 사회적 변화를 과소평가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연구진이 확인한 변화는 크게 네 가지입니다. 첫째, 배우자와 형제자매, 성인 자녀, 손주와의 관계가 더 깊어지거나 나아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낮 산책길에 이웃과 가까워지거나 오래된 친구와 다시 연락하게 되는 일도 흔합니다. 둘째, 일부 관계는 끝이 납니다. 직장 동료가 대표적입니다. 함께하는 일과 일정이 사라지고 의식적인 노력마저 없으면 업무로 맺은 인연은 대부분 희미해집니다. 이사나 장기 여행도 지역사회와의 유대를 약하게 만듭니다. 셋째, 가까운 관계일수록 재조정이 필요합니다. 부부는 늘어난 시간을 어디서 어떻게 보낼지 정해야 하고, 은퇴한 부모가 손주를 늘 돌봐 줄 것이라고 짐작하는 자녀와는 기대와 한계를 미리 이야기해야 합니다. 넷째, 접어 두었던 취미를 되살리거나 지역 활동에 참여하면서 새로운 인연이 생기기도 합니다. 흥미로운 대목은 나이와 관계의 질에 관한 연구입니다. 기사는 의견 충돌이 잦은 부부 156쌍을 13년간 추적한 연구를 전합니다. 세월이 흐르면서 방어적 태도와 호전성, 불평은 줄었고 유머와 열정, 상대에 대한 인정은 늘었으며, 이는 만족도가 낮았던 부부에게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핑거맨은 갈등이 많은 결혼 생활도 유지되기만 하면 갈등이 줄어든다고 말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변화에 대비해 몇 가지 방법을 권합니다. 먼저 자신의 사회적 관계망에서 비어 있는 곳과 활용할 만한 곳을 점검하라고 합니다. 직장 동료와의 대화가 일상의 큰 부분이었다면 낮 시간의 새로운 교류처가 필요하고, 직장에 시간을 거의 쏟았다면 가족과 직장 밖 공동체부터 챙겨야 합니다. 다음으로 재조정이 필요한 관계는 미루지 말고 일찍 대화하라고 조언합니다. 동료와 매달 단골 식당에서 만나기로 하거나 부부가 함께 있는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 정해 두는 식입니다. 아마빌레는 이런 대화를 미리 하지 않으면 뜻밖에 껄끄러운 상황을 겪는 경우가 많다고 경고했습니다. 또 하나는 같은 장소와 활동에 규칙적으로 참여하는 것입니다. 핑거맨은 2025년 학술 논문에서 지인보다 가깝지만 친구보다는 덜 가까운 관계를 주변적 관계(fringeships)라고 불렀습니다. 이런 관계는 웰빙을 떠받치는데도 대부분 직장에서 얻어 왔기 때문에, 은퇴하면 그 자리가 비게 됩니다. 독서 모임, 걷기 모임, 종교 공동체, 자원봉사, 이사회 활동은 물론 동네 카페나 도서관의 단골이 되는 것도 방법이며, 매주 목요일 정오처럼 시간을 정해 두면 더 좋습니다. 이웃 또한 가장 가까운 사회적 기반입니다. 기사는 이웃 간의 신뢰와 협력이 외로움을 줄이고 정서적 지원을 늘린다는 연구를 소개하면서, 인사를 건네거나 작은 호의를 베풀거나 커피를 청하는 정도로도 충분하다고 전합니다. 마지막으로 가장 만족스러운 은퇴자들은 여러 욕구를 한꺼번에 채운다고 합니다. 리더 역할이 그리우면 후배의 멘토가 되고, 건강을 챙기려면 운동 모임에서 사람을 만나는 식입니다. 이 기사는 미국의 사례이지만,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대한민국은 2024년 12월 65세 이상 인구가 20퍼센트를 넘어 초고령사회에 들어섰습니다. 길어진 노후를 맞는 시니어가 늘어난 만큼, 일을 마친 뒤의 시간을 어떻게 채울지는 개인의 문제를 넘어 사회 전체의 과제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필자는 이 문제의 출발점이 국가나 제도에 앞서 각자의 삶의 태도와 가정, 이웃, 신앙 공동체 같은 오랜 울타리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복지 제도가 아무리 촘촘해도 안부를 묻는 이웃과 마주 앉는 가족의 자리까지 대신해 줄 수는 없습니다. 부부가 은퇴 후의 시간을 미리 의논하고, 자녀와 서로의 기대를 솔직히 나누며, 동네와 모임에 꾸준히 얼굴을 내미는 일은 거창하지 않지만 가장 확실한 노후 대비입니다. 다만 모든 시니어가 같은 조건에 있는 것은 아니어서, 홀로 사는 시니어에게는 지역사회의 손길이 보완책으로 필요하다는 점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은퇴 설계의 첫 줄에 통장 잔고만 적어서는 부족합니다. 올해가 가기 전에 이번 주 목요일 정오에 갈 곳 하나, 만날 사람 하나를 정해 보시기 바랍니다. 그 작은 약속이 앞으로 수십 년의 일상을 지탱하는 든든한 뿌리가 될 것입니다. 캐어유 뉴스 편집장 김형래
[아침마다 지혜 #504] 다시 태어난다면 아이스크림을 더 먹겠다는 글, 누가 쓴 것입니까
2026/10/10
소셜미디어에서는 인공지능(AI) 기술의 도움으로 이미지와 음성을 위조하는 일이 갈수록 쉬워지고 있습니다. 거짓은 이제 사진과 영상을 넘어 문학의 영역까지 번졌습니다. 스페인 일간지 엘 파이스(EL PAÍS)는 10월 5일 자 오피니언면에서 소설가 세르히오 라미레스(Sergio Ramírez)의 글로 이 현상을 짚었습니다. 라미레스는 세르반테스상 수상 작가입니다. 그는 유명 작가의 이름을 빌린 가짜 글이 어떻게 진짜 행세를 하게 되는지 두 가지 사례로 설명했습니다. 시니어 독자께서도 한 번쯤 받아보셨을 법한, 다시 태어난다면 덜 걱정하고 더 즐기며 살겠다는 류의 글과 맞닿아 있는 이야기입니다. 첫 번째 사례는 아르헨티나의 거장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Jorge Luis Borges)의 작품으로 알려진 시 《순간들(Instantes)》입니다. 이 시의 화자는 다시 살 수 있다면 더 많은 실수를 하고, 아이스크림을 더 먹고, 맨발로 풀밭을 걷겠다고 고백합니다. 노년의 대문호가 삶을 돌아보며 남긴 참회처럼 읽혀 널리 퍼졌고, 연예 잡지에까지 인용되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 글은 보르헤스의 것이 아닙니다. 보르헤스의 부인 마리아 코다마(María Kodama)가 이를 바로잡으려 했고, 원작자가 미국의 유머 작가 돈 헤롤드(Don Herold)라는 사실도 확인되었습니다. 그는 1953년 월간지 《리더스 다이제스트(Reader’s Digest)》에 이 글을 실었습니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쉽게 믿으려 하지 않았습니다. 두 번째 사례는 더 큰 파장을 일으켰습니다. 콜롬비아 출신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Gabriel García Márquez)가 남긴 작별 편지라며 《인형(La Marioneta)》이 돌았습니다. 신문과 잡지, 라디오 방송을 타고 퍼졌고 지금도 어버이날이면 어김없이 되살아난다고 합니다. 이 글 역시 가짜입니다. 진짜 작가는 멕시코의 복화술사(ventriloquist) 조니 웰치(Johnny Welch)였고, 그가 1996년 자신의 인형 '엘 모플레스'를 위해 쓴 대사였습니다. 가르시아 마르케스가 1999년 암 진단을 받았던 터라 유서처럼 읽힌 것이 확산에 힘을 보탰습니다. 마르케스는 결국 자신은 살아 있으며 그런 글을 쓴 적이 없다고 공개적으로 밝혀야 했습니다. 자기 이름으로 저속하고 감상적인 글이 읽히는 것이 곤혹스러웠던 것입니다. 두 글의 공통점은 소박한 일상의 기쁨을 감상적으로 노래한다는 점입니다. 라미레스는 이를 스페인어권에서 '신파(cursi)'라 부르는 미학과 연결합니다. 라틴 아메리카의 대중음악 볼레로(Bolero)에서 보듯, 신파는 누구나 살면서 한 번쯤 빌려 쓰는 감정의 도구라는 것입니다. 흥미로운 대목은 결말입니다. 2000년 멕시코시티에서 마르케스와 웰치, 그리고 인형이 한자리에 모였을 때, 마르케스는 사람들이 그토록 좋아한다면 간직할 만한 글이라고 인정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사람들이 계속 자기 글로 믿게 두자고 웰치에게 제안했다고 전해집니다. 여기서 저는 한 걸음 물러서서 생각해 보고자 합니다. 저자의 이름은 글의 신뢰를 보증하는 오랜 사회적 약속입니다. 글이 마음을 울렸다는 이유로 출처를 따지지 않는 태도는 따뜻해 보이지만, 원작자의 몫을 지우고 고인과 유족의 명예를 흐리게 합니다. 헤롤드와 웰치는 자기 글이 남의 이름으로 사랑받는 것을 지켜보아야 했습니다. 감동과 사실은 별개의 문제이며, 진심 어린 문장이라도 출처가 틀리면 바로잡아야 합니다. 시니어 여러분께서는 지금도 메신저로 이런 글을 자주 받으실 것입니다. 명사의 이름이 붙은 글을 전달하기에 앞서 출처를 한 번 확인하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평생 쌓으신 경험과 신뢰가 가짜 글의 전달자로 쓰이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확인되지 않은 글은 '누군가가 쓴 글'이라고만 밝혀 나누시기 바랍니다. 글을 읽고 아이스크림 한 번 더 드시겠다는 마음이 생긴다면, 그것으로 이미 충분합니다. 기술은 날로 정교해지고 거짓은 점점 그럴듯해질 것입니다. 이럴수록 우리가 지켜야 할 것은 새로운 기술에 대한 두려움이 아니라, 출처를 묻고 원작자를 존중하는 오래된 상식입니다. 다시 태어나서야 아이스크림을 먹겠다고 미룰 일도 아닙니다. 오늘 한 숟갈 드시되, 이 글의 주인이 누구인지는 꼭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캐어유 뉴스 편집장 김형래
[아침마다 지혜 #503] 스마트폰을 내려놓는 청년들
2026/10/09
한때 라이브 공연장은 스마트폰 불빛이 물결치는 장관으로 기억되었습니다. 영국 밴드 콜드플레이는 대표곡 '옐로(Yellow)'가 연주되는 동안 관객이 휴대전화 조명을 켜 달라고 독려했고, 2008년에는 밴드 관계자가 공식 투어 블로그에 휴대전화가 라이터를 대신하는 새로운 야광봉이라는 취지의 글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풍경이 사뭇 달라졌습니다. 이 밴드는 관객에게 발광다이오드(LED) 팔찌를 나눠 주고, 보컬 크리스 마틴은 단 한 곡만이라도 스마트폰을 넣어 두고 감상해 달라고 정기적으로 청하고 있습니다. 변화는 여기에 그치지 않습니다. 인디 포크 가수 피비 브리저스는 진행 중인 투어에서 스마트폰 사용을 전면 금지했습니다. 관객은 공연 내내 자석으로 잠기는 파우치에 기기를 보관해야 하며, 스마트워치와 무선 이어폰, 스마트 안경도 반입 제한 대상입니다. 해리 스타일스와 밥 딜런 역시 최근 비슷한 조치를 도입했고, 기기 없이 즐기는 '테크 프리(Tech-free)' 행사도 늘고 있습니다. 티켓 예매 플랫폼 이벤트브라이트(Eventbrite)는 스마트폰 금지를 명시한 행사 등록 건수가 2024년과 2025년 사이 567퍼센트 급증했다고 밝혔습니다. 같은 조사에서 Z세대와 밀레니얼 세대 응답자의 49퍼센트는 라이브 경험이 덜 연출되고 더 진짜처럼 느껴지기를 바란다고 답했습니다. 다만 현실에는 모순이 있습니다. 스마트폰이 금지되지 않은 공연장에서는 여전히 촬영 화면을 든 손들이 빼곡히 올라와 있습니다. 진짜 경험을 원한다고 말하면서도 그 순간을 기록하고 남에게 보여 주어야 한다는 압박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입니다. 이 같은 이중성은 기술 전반에 대한 태도에서도 나타납니다. 미국 퓨 리서치센터(Pew Research Center)가 미국인 4,000명 이상을 조사한 결과, 18세에서 29세는 챗봇을 사용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연령층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들은 인공지능(AI)에 가장 회의적인 집단이기도 했습니다. 향후 20년간 AI가 사회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리라는 응답이 45퍼센트, 긍정적일 것이라는 응답이 14퍼센트였으며, 전체 성인은 각각 40퍼센트와 16퍼센트였습니다. 2023년 영국 유고브(YouGov) 조사에서도 스마트폰 이용률이 가장 높은 18세에서 24세가 스스로 너무 많이 쓴다고 답할 가능성이 가장 높았고, 이를 줄이려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환멸의 속도도 가파릅니다. 입소스(Ipsos) 조사에서 기술 진보가 삶을 파괴하고 있다는 데 동의한 영국 15세에서 24세 비율은 2013년 26퍼센트에서 2026년 62퍼센트로 높아졌습니다. 미국 NBC의 지난 4월 설문에서는 18세에서 29세의 47퍼센트가 선택할 수 있다면 과거의 시대를 택하겠다고 답했고, 현재는 38퍼센트, 미래는 15퍼센트였습니다. 이 내용은 파이낸셜 타임스(Financial Times) 2026년 10월 5일자 오피니언 칼럼이 소개한 것으로, 필자는 이전 세대 청년과 비교할 동일한 자료는 없으나 이런 현대성에 대한 우울감은 전례가 드문 현상으로 보인다고 진단했습니다. 이 현상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지 생각해 봅니다. 먼저 균형 잡힌 시각이 필요합니다. 설문은 응답자의 태도를 보여 줄 뿐 실제 행동의 변화까지 말해 주지는 않습니다. 과거 세대와의 직접 비교 자료가 없다는 점에서 전례 없다는 해석도 잠정적입니다. 또한 스마트폰을 잠시 맡기는 행위가 문명으로부터의 후퇴를 뜻하는 것도 아닙니다. 기술의 이로움을 누리면서 그 한계를 스스로 정하려는 시도에 가깝습니다. 그럼에도 이 흐름이 우리 시니어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가볍지 않다고 봅니다. 시니어 세대는 편지와 공중전화, 대면 대화의 시대를 지나 디지털 시대에 적응해 온 분들입니다. 아날로그의 가치와 디지털의 편리함을 모두 몸으로 겪은 세대이기에, 젊은 세대가 뒤늦게 갈망하는 절제와 직접 만남의 소중함을 가장 설득력 있게 전할 수 있습니다. 가족이 함께하는 식탁에서 스마트폰을 잠시 내려놓는 일, 손으로 쓴 안부 편지 한 장, 얼굴을 마주한 대화는 오래된 습관이지만 지금 청년들이 되찾으려는 바로 그 가치입니다. 물론 시니어도 예외는 아닙니다. 영상과 메신저에 하루의 상당 시간을 쓰는 분들이 적지 않습니다. 젊은 세대에게 절제를 권하려면 먼저 스스로 본을 보여야 합니다. 가정과 공동체 안에서 세대가 서로의 경험을 나누고 존중할 때, 기술은 비로소 도구의 자리로 돌아갑니다. 자유란 마음껏 쓰는 것에 그치지 않고, 쓰지 않을 수 있는 힘까지 포함하는 개념일 것입니다. 스마트폰을 잠시 내려놓는 청년들의 모습은 기술에 대한 거부가 아니라, 주도권을 되찾으려는 몸짓으로 읽힙니다. 그 곁에서 시니어가 절제의 지혜로 든든한 길잡이가 되어 주기를 기대합니다. 캐어유 뉴스 편집장 김형래
[아침마다 지혜 #502] 우리가 알던 대학의 종말, 시니어 세대가 지켜본 상아탑의 변곡점
2026/10/08
미국 대학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 10월 5일자 오피니언란에서 앤디 케슬러 기고가는 시러큐스대학이 2026학년도 등록 목표를 채우지 못해 3,000만 달러(약 420억 원)의 적자 위기에 놓였고, 미네소타대학은 2년에 걸쳐 2억 2,500만 달러(약 3,150억 원)의 예산을 줄이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털사대학은 등록금을 절반 넘게 내렸으며, 전국 대학의 학부 등록률은 지난해보다 4.2% 줄었다고 합니다. 코넬, 예일, 밴더빌트, 세인트루이스 워싱턴 대학이 혁신안을 내놓았으나 저자는 이를 충분히 급진적이지 않다고 평가했습니다. 저자가 첫 번째로 지목한 원인은 적성(aptitude) 검증 기능의 상실입니다. 1971년 연방대법원의 그릭스 대 듀크 전력회사(Griggs v. Duke Power Co.) 판결 이후 기업이 자체 지능 검사를 실시하기 어려워졌고, 그 빈자리를 대학의 선발 기능이 메웠다는 설명입니다. 이것이 대학의 브랜드화와 자격지상주의(credentialism)를 낳았다는 것이 저자의 진단입니다. 다만 이 판결은 직무 관련성이 입증되지 않은 검사가 특정 집단에 불리한 결과를 낳을 때 위법이라고 본 것으로, 검사를 일률적으로 금지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덧붙여 둡니다. 저자는 코넬대학 보고서를 인용해 고용주들이 졸업생의 불확실성 대처 능력 부족에 큰 회의를 드러냈다고 전하고, 포브스 조사에서 기업 임원의 절반 가까이가 아이비리그 졸업생 채용에 이전보다 소극적이라고 답했다고 소개했습니다. 두 번째로 재정 구조에 대한 비판도 이어집니다. 1945년 배니바 부시(Vannevar Bush)의 제안으로 정부가 대학의 기초 연구를 지원하는 체계가 자리 잡았는데, 저자는 대학들이 간접비(overhead)를 과다 청구해 이를 남용했다고 주장합니다. 2025년의 한 연구에서는 국립보건원(NIH) 지원 기관 350여 곳의 협상 간접비율이 평균 58%, 실제 유효 비율은 평균 42%였다고 합니다. 트럼프 행정부가 이를 15%로 제한하려 했으나 대부분 무효화되어 행정부가 잠시 물러선 상태이지만, 연구비 삭감 흐름이 대학 재정을 압박할 수 있다는 것이 저자의 전망입니다. 아울러 하버드 정교수의 2026년 평균 연봉은 29만 3,619달러(약 4억 1,100만 원)로 6.4% 올랐고, 연간 등록금과 부대비용이 10만 달러(약 1억 4,000만 원)를 넘는 대학이 16곳이라고 소개했습니다. 이 같은 수치는 모두 저자가 제시한 것이며, 교수 보수와 이념 성향에 대한 평가에는 반론이 있을 수 있음을 함께 밝혀 둡니다. 마지막 세 번째로 가장 큰 변수는 인공지능입니다. 저자는 3년 전 GPT-4가 SAT에서 1,410점을 받았고, 이후 변호사 시험과 의사 면허 시험도 통과했다고 짚었습니다. 또한 2025년 하버드 연구에서 인공지능 개인교습이 교실 내 능동적 학습보다 나은 성과를 냈다고 소개했습니다. 학생은 인공지능으로 에세이를 쓰고 교수는 인공지능으로 채점하는 현실에서, 평가와 학습이 모두 형식에 그치고 있다는 우려입니다. 대안으로 저자는 인공지능을 금지하지 말고 적극 활용하자고 말합니다. 강단의 현자(sage-on-a-stage)식 수업에서 벗어나 경험 중심으로 바꾸자는 것입니다. 구체적으로는 3학년 1년을 통째로 팀 프로젝트에 쓰는 가상 인턴십(virtual internship) 구상을 내놓았습니다. 공학, 법학, 철학, 마케팅, 디자인, 영양학 등 서로 다른 전공의 학생들이 자율주행 버스나 요리 로봇 같은 과제를 함께 풀고, 막히는 지점마다 인공지능 개인교습으로 필요한 지식을 채우는 방식입니다. 갤럽 조사에서 대학이 매우 중요하다고 답한 미국인은 2013년 70%에서 지금은 31%로 떨어졌다고 합니다. 보수적인 시각에서 이 글을 읽으며 두 가지를 생각하게 됩니다. 첫째, 대학이 오랜 세월 쌓아 온 학문적 권위와 신뢰는 사회의 소중한 자산이므로, 비판이 곧 폐기를 뜻해서는 안 됩니다. 시니어 세대는 대학 졸업장이 성실과 신용의 증표이던 시절을 기억합니다. 그 신뢰가 흔들린다면 먼저 책임져야 할 쪽은 방만한 비용 구조와 학사 관리의 느슨함을 방치한 대학 자신입니다. 둘째,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사람을 가르치고 인격을 빚는 일의 중심은 사람에게 있어야 합니다. 인공지능은 훌륭한 도구이지만, 판단과 책임을 대신해 주지는 못합니다. 이 문제는 미국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학령인구가 빠르게 줄고 있는 우리 대학들도 같은 질문 앞에 서 있습니다. 시니어 세대는 자녀와 손주의 교육에 가장 큰 정성을 쏟아 온 세대이기에, 이 변화를 남의 일로 넘기기 어렵습니다. 누가 먼저 나설 것인가 하는 저자의 물음에, 우리 사회도 이제 답을 준비해야 할 때입니다.
[아침마다 지혜 #501] 직접 말하는 리더, 흔들리지 않는 우선순위
2026/10/07
조직을 이끄는 사람에게 가장 어려운 일 가운데 하나는 직원들에게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되 지루하지 않게 전하는 일입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inancial Times) 아시아판은 2026년 10월 5일 자 기업 경영 면에서 이 문제를 다루며, 영국 가계 에너지 공급업체 옥토퍼스 에너지(Octopus Energy)의 사례를 소개했습니다. 옥토퍼스 에너지의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인 그렉 잭슨(Greg Jackson)은 매주 금요일 오후 4시 15분에 8개국, 1만 3천여 명의 직원을 온라인으로 불러 모읍니다. 회사는 이 모임을 '패밀리 디너(family dinner)'라 부르며, 시간은 30분입니다. 격식을 갖춘 훈시가 아니라 음료를 손에 든 직원들이 대형 화면 앞에 모여 앉아 회사 소식을 나누는 자리라고 합니다. 보도에 따르면 이날 세션은 고객 이야기로 문을 열었습니다. 잭슨 CEO는 고객 현장 행사에서 만난 사람들의 사연을 전했습니다. 영국 맨체스터의 한 부부는 배터리, 히트펌프(heat pump), 태양광 패널을 설치해 월 에너지 요금을 12파운드(약 2만 3천 원, 1파운드 약 1,900원 기준)까지 낮췄습니다. 유방암을 이겨낸 한 여성은 이 회사 덕분에 요금 관리가 한결 수월했다며 눈물을 보였다고 합니다. 이어 각국 법인장들이 영상과 애니메이션, 직원들의 실시간 댓글 속에서 성과를 보고했습니다. 독일 법인은 고객 서비스와 혁신 분야의 업계 시상 36개 부문을 모두 휩쓸었고, 일본 법인은 고객 60만 명을 확보했습니다. 잭슨 CEO는 이 소식에 환호하며 농담을 곁들였고, 중국의 태양광 패널 설치 규모를 맞히는 퀴즈를 내어 당첨자 두 명에게 두 나라 여행권을 내걸기도 했습니다. 겉으로는 가벼운 잔치처럼 보이지만 속뜻은 분명합니다. 업계 선도, 가격 경쟁력, 친환경 에너지, 고객 서비스라는 회사의 최우선 과제를 직원들이 매주 자연스럽게 되새기도록 설계한 것입니다. 모임은 전 세계 통합 세션, 국가별 세션, 팀별 세션이 번갈아 열리는데, 잭슨 CEO는 팀별 세션을 뺀 나머지를 직접 진행합니다. 그는 시간이 많이 드는 일이라고 인정하면서도, 글로벌 기업이 같은 목표를 바라보게 하려면 꼭 필요한 일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저는 이 사례에서 유머나 화려한 연출보다 두 가지 기본 원칙에 주목합니다. 하나는 리더가 직접 말한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꾸준히 반복한다는 점입니다. 우리 사회의 많은 조직에서 소통은 흔히 중간관리자에게 맡겨집니다. 아니면 아무도 끝까지 읽지 않는 전체 메일로 대신하기도 하고, 연말 시무식 같은 연례 행사로 갈음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메시지는 여러 단계를 거칠수록 흐려지고 왜곡되기 마련입니다. 방향을 정한 사람이 자신의 목소리로 직접 설명할 때 조직은 비로소 같은 곳을 바라보게 됩니다. 이는 새로운 경영 기법이 아니라 오래전부터 신뢰받아 온 리더십의 기본기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 방식을 그대로 따라 하기는 어렵습니다. 보도도 지적하듯 옥토퍼스 에너지는 비상장 기업이어서 CEO가 비교적 자유롭게 분위기를 이끌 수 있고, 온라인 전체 모임이 일상인 정보기술 업계 출신이라는 배경도 있습니다. 상장사나 금융기관, 공공 조직에서는 발언 하나가 시장과 사회에 미치는 파장이 크므로 훨씬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도 방법은 있습니다. 보도에는 20만 명 안팎의 임직원을 둔 영국계 글로벌 은행 HSBC의 조르주 엘헤데리(Georges Elhedery) CEO가 2024년 취임 이후 내부 소통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 지역별 타운홀 미팅(town hall meeting)과 임원 토론, 외부 인사와의 온라인 대화를 이어 가고 있다는 내용이 나옵니다. 영국 공영방송 BBC의 맷 브리틴(Matt Brittin) 사장은 2만여 명의 임직원이 참여하는 온라인 질의응답에 정기적으로 나서고, 컨설팅업체 맥킨지(McKinsey)의 밥 스턴펠스(Bob Sternfels) 글로벌 매니징 파트너는 블로그와 서신으로 구성원과 생각을 나눕니다. 방식은 달라도 공통점은 분명합니다. 최고 책임자가 스스로 앞에 선다는 것입니다. 시니어 독자께서는 이 대목에서 자신의 직장 생활을 떠올리실 것입니다. 존경받은 상사는 대개 말이 화려한 사람이 아니라, 무엇이 중요한지 늘 같은 목소리로 일관되게 말해 준 사람이었습니다. 소통의 본질은 기교가 아니라 일관성과 진정성이라는 점은 시대가 바뀌어도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다만 오늘의 직원들은 정보가 넘쳐나는 환경에서 일하므로, 같은 메시지라도 흥미롭게 전해야 비로소 귀를 기울입니다. 형식은 시대에 맞추되 내용의 무게는 지키는 것이 지혜일 것입니다. 한 가지 경계할 점도 있습니다. 소통이 활발하다는 사실이 곧 경영의 성과를 보장하지는 않습니다. 즐거운 분위기가 부실한 전략이나 불투명한 의사결정을 가려서는 안 됩니다. 소통은 좋은 결정을 알리는 수단이지, 결정을 대신할 수는 없습니다. 말과 행동이 어긋나는 순간 아무리 유쾌한 모임도 신뢰를 잃게 됩니다. 옥토퍼스 에너지의 사례가 의미 있는 이유도 고객 서비스라는 약속이 현장의 사연과 성과로 뒷받침되기 때문일 것입니다. 기업뿐 아니라 가정과 지역 공동체, 각종 모임에도 같은 이치가 적용됩니다.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무엇인지 분명히 하고, 진심을 담아 정기적으로 전하고, 지루하지 않게 풀어내는 일이 구성원을 하나로 묶는 가장 오래된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파이낸셜타임스의 칼럼니스트는 사람들을 웃게 하면서 이 일을 해내는 리더라면 이미 한참 앞서 있다고 평했습니다. 모든 리더가 유머 감각을 타고날 수는 없겠지만, 먼저 나서서 정성껏 말하고 꾸준히 반복하려는 노력은 누구에게나 가능합니다. 올해가 얼마 남지 않은 지금, 우리 각자가 속한 조직에서 무엇을 어떻게 전하고 있는지 차분히 돌아볼 때입니다. 캐어유 뉴스 편집장 김형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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